작년 어느 날 나는 나를 중심으로 한 일체를 무심히 두고 설산으로 떠났다.
백의 두른 산 앞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나보고 싶었다.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 살아낸 삶은 어떤 의미를 품고 있었는지 ... 나의 젊음은 어디쯤에서 사그라지기 시작했는지 ...
다시는 만나지 못할 날들이 흘러 어느새 육십여 년. 나는 무엇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일까? 기억을 더듬으면 오직 나 하나를 온전히 느껴보지 못하여 스스로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알았다. 내가 얼마나 포근한 나를 그리워했던지 ...
그리고 다시 삶 위에 굳은 신발을 신고 섰다.
그 때와는 다르다. 틈틈이 나를 사랑하는 나이기에 그런 내가 참 좋다. 지상 모든 이에게 주어지는 하루 하루들 나는 이렇게 채워 가리. 정토마을 능행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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