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가 붉은 눈물 토해내는 가을이 오면 그리운 당신에게로 나의 고독을 노래하는 편지를 쓰겠습니다. 가을이 익듯 내 인생이 익어가는 날 그대와의 추억들과 함께 햇살 좋은 마루에 앉아 달달한 가슴으로 웃고 싶습니다. 새벽이슬 속에 국화가 꽃잎 피워내는 가을이 오면 불꽃 같았던 나의 욕망 때문에 그대가 받았을 상처에 사랑을 덮어주고 싶습니다. 낙엽이 흙길 위에 누워 있어도 좋을 가을이 오면 나는 그대와 함께 늙어가 손 다정히 잡고 하염없이 그 길을 그렇게 걷고 싶습니다. 갈대꽃잎 허공에 흩어지는 날 나는 그대와 나란히 꽃잎 베고 누워 최선을 다해 모아온 그날들을 찬미하겠습니다.
정토마을 능행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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