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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來生위해 ‘아수라 삶’서 벗어나야” (2005년 5월 6일 경향신문)
작성일
2012-02-20 19:05:03
조회수
1220
“來生위해 ‘아수라 삶’서 벗어나야”

  

  황사가 심하게 몰아치는 고약한 날인데도 충북 청원의 산자락에 포근히 자리잡은 ‘정토마을’은 참꽃(진달래)이 만발한 봄의 극락이었다.

 

  어른키보다 더 큰 108염주가 매달린 정문에서 능행스님은 봄꽃보다 더 환하게 웃고 있었다. 불교계에 유일한 독립형 호스피스 시설인 이곳에서 스님은 벌써 6년째 열다섯 병상에 누운 중생들의 마지막 길을 따뜻하게 배웅하고 있다. 1,000명도 넘는 이들이 스님의 배웅을 받으며 사바세계를 떠났다. 

“이곳에서 차분히 자신의 마지막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참 행복한 거예요. 아무런 준비없이 갑자기 떠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어차피 누구나 한번은 죽어요. 언제 가느냐만 다를 뿐이죠.”

 

  스님은 원래 법정스님의 책 ‘무소유’처럼 홀로 맑고 깨끗하게 살고 싶어 10여년전 충남 연기의 학림사로 출가했다. 이처럼 호스피스 시설을 떠맡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14년전 한 여신도의 암걸린 남편을 문병하러 간 인연의 끈이 스님을 이끈 것이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병자들이 그득한 병동에 들어서자 스님 주위로 불자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모여들었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도 무서웠는데, 그곳에 있던 불자 환자들이 ‘병원에 처음 오시는 스님’이라며 축원을 해달라고 잡아끄는데 충격을 받았어요. 목사님이나 수녀님들은 자주 오시는데, 스님들은 좀처럼 문병오지 않았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어요. 지금은 물론 많이 달라졌지만….”

 

  능행스님은 며칠간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병자들의 얼굴이 떠올라 제대로 잠을 자거나 먹을 수도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마침내 ‘병자들을 위한 만행’을 결심했다. 당시만 해도 서울역에서 노숙자들을 강제로 기차에 태워 부산까지 내려보내던 시절이었다. 가장 많은 행려병자가 모인다는 부산역 근처와 부산의료원 행려병동을 비롯해 멀리 소록도,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수행삼아 3년간 자원봉사를 했다.

 

 

     <“마지막 가는길인데 아름다워야”>

 

  “꽃동네에서 저는 고통 속에서도 피워내는 희망과 사랑을 보았습니다. 팔과 다리가 썩어내리고 얼굴 근육만 살아있는 희귀병에 걸려 휠체어에 묶여 있는 한 병자는 담배를 피우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담배연기로 도넛을 만들어 보여주는데, 저도 모르게 미소짓게 되더군요. 그때 느꼈어요. 두손과 두발이 없어도 남에게 뭔가 줄 수 있구나! 남을 기쁘게 만들 수 있구나!”

 

  이 세상에 한 생명도 가치없는 생명이 없었다. 한 생명이 바로 하나밖에 없는 우주라는 깨달음이 왔다.

 

  “그처럼 소중한 한 우주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한사람도 죽는 모습이 같은 사람이 없었어요. 얼굴이 모두 다르듯이 죽음의 모습도 다 달라요. 그리고 그 죽는 순간의 모습은 바로 살아온 모습을 압축해 반영하는 거예요. 많이 가지고, 많이 누린 자일수록 더 생에 집착하고, 죽는 순간 끌려가기 싫어서 몸부림을 칩디다.”

 

  1997년 즈음에 한 스님의 마지막을 배웅하다가, 그만 발목이 잡혔다. 그 스님은 ‘호스피스 시설을 만들어 많은 불자들이 마지막 길을 편안히 가게 해달라’고 유언 같은 약속을 하게 했다. 죽음을 배웅하며 힘이 들어 병까지 났던 스님은 그 약속 때문에 다시 모금을 시작해 정토마을을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네 주민들의 반대가 3년이나 계속됐다.

 

  “2000년 8월부터 환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 분들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일을 도와드리다보니, 정말 잘사는 인생이 뭘까 싶더라구요.”

 

  스님은 현대인들이 사는 모습은 어찌보면 ‘아수라’라고 했다. 자기를 낳아준 하늘 같은 부모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바쁘다’는 핑계로 그 부모가 병들어도 제대로 한번 찾지도 않는 자식들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단다.

 

 

     <6년째 1,000명이상 사바세계 배웅>

 

  “사람이라면 그렇게 살면 안되지요. 한데 현대의 경쟁사회에서 정말 정신차리지 않으면 그렇게 짐승보다 못하게 살다 가게 되잖아요. 제발 초여름 복날 끌려가는 개처럼 죽음에 끌려가지 말고, 성인처럼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하세요. 그래야 다음 생도 아름다울 겁니다.” 스님은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틈틈이 써모은 글들을 ‘부처님 오시는 날’을 즈음해 펴낼 계획이다.

 

 

                                                          이무경기자 lmk@kyunghyang.com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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