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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새 다섯명을 보냈어… 징해 징해, 돈에 미친 세상(2006년 11월 한겨레)
작성일
2012-02-20 20:53:53
조회수
1699
 
청원군 미원면 호스피스촌 ‘정토마을’

 

  지난 18일 충북 청원군 미원면 대신리. 구녀산 좁은 산길을 따라 100미터 가량을 오른다. 물기가 잦아든 낙엽의 빛깔들이 제각각이다. 죽어가는 모든 것들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름다운 것들과 채 작별도 하기 전에 금세 터널을 빠져나온 듯 푸른 하늘이 툭 터진다. 그 아래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호스피스촌 정토마을이 있다. 사나흘이 멀다 하고 사람이 죽어 나가는 곳이다. 그래서 단말마의 비명으로 고통스러울 법한 곳이다. 그런데도 어찌 이토록 아늑하고도 예쁠까.

 

  그러나 이곳에선 최근 일주 새만 해도 다섯 명이 죽어 나갔다. 잠시 뒤 정토마을 원장인 능행 스님의 모습이 보인다. 양말도 신지 않았고, 얼굴엔 피로가 가득하다. 입가에 부르튼 상처가 자다가도 일어나 맨발로 달려가 죽어가는 이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면서 날을 하얗게 밝히는 그의 여정을 대신 말해주고 있다.

 

  죽음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의 취침과 기상 시간을 맞춰주는 법이 없다. 죽어가는 사람과 작별하면서 그 고통과 몸부림하다 보면 양말을 갖춰 신기는커녕 밥 한술 먹을 새도 없는 때가 많다.

돈만 보고 달렸던 젊은이

     사랑도 안락도 올줄 알았다

     몸부림친 세월에 잃어 버린건

     삶과 가족과 건강

     …

     정토행 염불소리 구슬프다    

 

 스님은 또 청주시내 장례식장을 향해 황급히 차에 몸을 실었다. 전날 이곳에서 숨을 거둔 한 젊은 망자의 입관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다. 30대 후반의 고인이 정토마을에 온 것은 4개월 전이었다. 췌장암 말기였다. 그는 지금껏 장가도 가지 않고 건축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고 했다. 돈만 벌면 여자도 생기고, 집도 생기고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지고 행복할 것으로 생각했단다. 써보고 싶은 돈도 못 써보고 돈을 모아 이제 어느 정도 살게 됐는데 말기 암이라니 웬 날벼락이냐고 했다. 돈만 벌기 위해 몸부림쳤기에 형제들과 관계도 소원했다. 6남매의 막내인 그는 늘 형과 누나들을 기다렸지만, 가족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의 가족들도 그처럼 모두 돈을 버느라고 바빴다. 그는 기다림에 울고 외로움에 떨다가 임종을 맞았다.

 

  “징해. 징해. 이 세상이...”

 

  달리던 차에서 창밖을 보던 스님이 신음처럼 말을 뱉었다. 죽음 자체에 대한 한탄보다 오직 돈만 보고 달리다 정작 정말 소중한 사랑을 놓쳐버린 이들의 삶과 가족이 죽어가는데도 돈 버느라 바빠 올 수 없다는 사람들, 귀찮은 일은 죽어도 싫다는 현대인들의 개인주의와 메마른 마음에 대한 절규였다.

 

  “세상 사람들이 다 돈에만 미쳐가고 있어요. 그 돈이 결국 우리를 미치게 하는 줄도 모르고.”

 

  사흘 전에도 개인택시를 하며 돈만 벌며 장가도 가지 못했던 총각이 세상을 떴다. 요새 그런 젊은이들을 잇달아 보내면서 스님의 한숨도 더욱 커졌다.

 

  장례식장에 도착해 입관실에 들어가자 하얀 천에 덮인 주검이 누워있다. 스님의 염불에 맞춰 염습사들이 주검의 몸을 닦고 손발을 한지로 싸기 시작한다. 이제 막 이곳에 도착한 50대로 보이는 한 여인이 울다가 염습사를 향해 “우리 막내 마지막 가는 길인데 좋은 천으로 싸주지 왜 종이로 싸느냐”며 화를 낸다. 한지로 싼 뒤 옷을 입히게 되어있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스님이 여인에게 “(고인과)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큰누님”이란다. 스님은 “○○씨가 얼마나 큰누님을 기다렸는데…”라며 뭔가를 말하려다 이내 입을 다물고 만다. “살아서 한 번이나 와보지 웬 뒤늦은 소란이냐”는 말을 하고 싶었을까. 그의 염불과 목탁소리만이 마른 장작처럼 말라버린 주검 주위로 더욱 구슬프게 울려퍼졌다.


  ‘임종의 고통’ 등지려다 사흘을 울고 돌아왔죠

 

 

  ‘정토마을’ 원장 능행 스님은 출가한 지 5년쯤 지난 30대 중반에 한 불자의 남편 병문안을 갔다. 그전엔 병원 문턱도 밟아본 적이 없던 그는 “이곳에 웬 스님이 이렇게 많으냐”고 놀라 물었다. 그러나 그들은 스님이 아니라 지독한 항암제를 맞아서 머리가 빠진 말기 암 환자들이었다. 지옥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바로 그곳이었다.

 

  ‘부처님 고행상’을 보는 듯 말라붙은 말기 암 환자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뒤돌아서는 그를 누군가가 불렀다. 자기 어머니가 불자인데 기도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이번엔 이 사람 저 사람 할 것 없이 “저도요, 저도요” 하면서 달려들었다. 병원에 신부님, 수녀님, 목사님은 늘 찾아오는데 스님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신자들 덕분에 절집을 짓고 밥을 먹고 살아가면서 정작 신자들이 병들고 죽어갈 때는 그들 곁에서 돌보고 지켜봐주는 스님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기가 막히고 죄송했다.

 

 

  “다시 나면 고통받는 중생 곁에” 눈감지 못한 스님의 회한 사무쳐…

   돈 없어도 편히 죽을 쉼터 마련 “잘 죽는 길은 잘 사는 것”

 

 

  얼마 뒤 한 가톨릭 수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임종을 앞둔 한 남자 환자가 아무래도 스님인 것 같은데 일체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자는 20년 넘게 선방에서 수행만 해온 스님이었다. 그는 “내가 지금까지 중생들이 주는 은혜로 살아가면서도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데,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느냐”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다시 태어나면 절대 그렇게는 살지 않을 텐데 이제 늦었다”는 것이었다. 머리와 수염과 손발톱까지 깎고 목욕을 시킨 뒤 무릎에 뉘어 자장가를 불러주던 능행 스님에게 그 비구 스님은 “불자가 1천만이나 되는 불교인들에겐 병원 하나가 없다”며 “스님들이 편히 죽어갈 수 있는 병원 하나 지어 달라”고 애원했다.

 

  능행 스님은 “어떻게 저 같은 중이 병원을 짓겠느냐”며 고개를 흔들었다. 비구 스님은 임종 징후를 보인 지 이틀이 지난 뒤에도 숨을 놓지 않은 채 “그 약속을 듣지 않고선 갈 수 없다”고 버텼다. 견디다 못한 능행 스님은 “그럼 스님께서 죽어서라도 저와 함께 그 일을 해주실 수 있느냐”고 묻자 비구 스님은 “그러마”면서 능행 스님의 손을 꼭 쥔 채 눈을 감았다.

 

  그렇게 비구 스님을 보낸 지 2년 만에 스님은 돈을 탁발해 땅을 사 이 마을로 들어왔다. 그러나 “말기 암 환자들이 웬 말이냐”는 마을 사람들의 거부와 시위와 민원으로 3년 내내 시달려야 했다. 더구나 돈이 없어도 편히 죽을 수 있는 곳을 만들겠다는 서원으로 이 마을을 만들었지만, 죽음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도, 이들을 돌볼 돈을 탁발하는 것도 너무 힘에 부치기만 했다.

 

  5년 전엔 서랍 속에 이별의 편지를 써놓고 아무도 몰래 이곳을 떠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마을을 벗어난 순간부터 3일 내내 울다가 그래도 눈물이 그치지 않자 마을로 돌아왔다. 그때 한 할머니 환자가 “어디로 탁발 갔는데 이렇게 늦게 오노? 스님 보고 싶어서 눈 빠지는 줄 알았다”고 하는 말을 듣고 그는 통곡하며, 수행자는 고통 받는 중생 옆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스님은 비구 스님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 9월부터 울산 울주군 상북면에 관자재요양병원을 짓느라 매일 발이 부르트도록 탁발을 다니고 있다.

 

  그런데 입관식을 마치고 돌아온 날 깊은 밤 스님의 방에서 눈물 젖은 스님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를 도와온 한 비구니 스님이 이번 동안거(겨울 90일간 참선기간) 때 선방에 들어가겠다고 하자, “스님들이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겠느냐”며 “곁에 있어달라”고 울며 호소하고 있었다. 한 정토마을 식구는 “일반 자원봉사자들도 이곳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 힘이 필요한 곳이라며 더욱더 도울 마음을 내는데, 스님들은 대부분 임종하는 모습을 한두 번만 보면 놀라서 도망가 버리곤 해 원장 스님의 상처가 너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전화가 끊긴지 몇 시간이 지나도록 그날 밤 능행 스님의 방에선 흐느낌이 그치지 않았다.


청원/글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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