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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모든 순간은 삶의 마지막 순간과 같다
작성일
2012-04-19 14:22:14
조회수
1909

모든 순간은 삶의 마지막 순간과 같다

2012.01.31 09:39 입력능행 스님 jungtoh7@hanmail.net 발행호수 : 1131 호 / 발행일 : 2012-01-25















▲능행 스님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파세나디왕은 부처님을 찾아와서 왕으로서 해야 할 일과 세속적인 분주함을 이야기했다. 이에 부처님은 왕에게 물었다.
“대왕님, 이것을 아셔야 합니다. 늙음과 죽음이 대왕님을 덮치고 있습니다. 늙음과 죽음이 덮치고 있는데 무엇을 해야 합니까?”
“부처님, 늙음과 죽음이 덮칠 때에 해야 할 일은 담마에 따라 사는 것, 올바르게 사는 것, 착한 일을 하고 공덕을 쌓는 것 이외에 다른 무엇이 있겠습니까?”
 

(쌍윳따 니까야: 3 꼬살라 쌍윳따 3:5)


충북 초정약수 근교에 자리 잡은 정토마을은 겨울이 되면 눈이 허리만큼 내리곤 했다. 올해도 불을 끌 수 없는 환자들의 아픔마음을 포근히 안아줄 하얀 눈을 기다려 본다.


몇 년 전 눈이 아주 많이 내리던 설날, 마지막 제사를 올리고 이 세상을 떠나겠다며 시계바늘에 눈을 떼지 못하시던 거사님. 중환자실 병상 링거대 위에 말끔히 세탁된 신사복과 넥타이를 걸어놓고 한해의 마지막 그믐날 밤에 이틀만 더 살게 해달라고 몸부림치던 거사님 기억이 언 땅에 내리는 하얀 눈과 함께 떠오른다.
환자는 말간 눈으로 몇 번이고 되물었다.


“스님, 설날이 언제죠?”
“낼 아침입니다.”
“부모님 일찍 가버리시고 10년 전에는 아내도 떠나고, 지금까지 두 아이들과 함께 사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아직까지 부모님 산소에 한번 가 뵌 적이 없는 불효자입니다. 죽음이 이렇게도 빨리 올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저 두 아이들 어쩝니까? 제가 연휴에 떠나면 저 아이들이 제 시신을 가지고 둘이서 어떻게 합니까. 누가 정월 명절에 초상집에 오겠어요. 스님 이틀만 더 목숨을 부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딱 하루 이틀이면 되는데, 더도 말구요 딱 이틀만요. 부처님. 제 목숨을 이틀만 더 살려 주시면 더 바라지 않겠습니다.”


거사님의 애절한 눈물과 함께 한해의 마지막 그믐밤이 깊어갔다.


“아내도 위암으로 떠났고 부모님들도 힘들게 떠나서 제사 때마다 ‘반야심경’과 ‘법성게’를 읽어드리면 제 마음이 아주 편안해지곤 했어요. 스님. 정신을 또렷이 하려고 해도 눈꺼풀이 내려앉아요. 애들이 아직 어린데 아내가 걱정할 것 같아요.”


그믐밤 깊은 어둠속에 하얀 눈은 내려 정토마을 마당을 덮기 시작했다. 거사님의 딸들이 음식을 만들어 아버지에게 검사를 받는다. 흐뭇한 눈으로 응답해 주시던 거사님은 창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눈을 바라보는 거사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스님, 눈이 오네요. 밤에 내리는 눈이 참 곱네요. 저는 눈이 저렇게 하얗고 곱다는 생각을 못해보고 살았던 것 같아요.”


날 바라보는 그 눈빛이 너무나 애절하고 간곡해 가슴이 미어졌다. 밤은 깊어가고 거사님의 의식은 점점 꺼져가고 있었다. 이런저런 노력을 해보지만 희미하게 꺼져가는 목숨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까.


이제갓 스물을 넘긴 두 딸들이 초초하고 불안한 와중에도 조부모와 어머니에게 올릴 제사음식을 해놓고 아버지 곁에서 아침을 기다렸다. 링거대 위에 달랑거리는 양복도 주인을 기다리며 아침을 맞았다.


새벽 5시. 정신이 더욱 희미해져가고 아침 7시 제사를 법당에서 지내야 하는데 양복의 주인이 일어나지를 못한다. 딸아이가 아빠에게 “아빠 우리가 대신 제사 지낼까?”하고 묻자 누워서 눈도 뜰 수없는 아빠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며 딸들을 법당으로 보낸다. 아버지 없는 제사를 지내고 온 두 딸과 떠나지 못하는 아버지가 서로를 안고 우는 설날 아침은 나에게도 참 가슴 저미는 시간이었다.


거사님은 간신히 설날을 보내고 다음날 오후에 이 세상을 떠났다. 두고 가는 두 딸들이 자신의 장례식을 어찌 하지 못해 마음고생 할까 한밤을 더 살고 떠나던 거사님 모습이 오늘밤 하얀 눈과 함께 다가온다.


거사님의 애절함을 통해 나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대해 깊이 숙고했던 기억이 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 무엇이라도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것. 시간은 늘 있는 게 아니라 언제든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더욱 열심히 사는 오늘의 내가 있다.

 

우리의 삶에 주어지는 시간은 오직 지금 바로 이 순간일 뿐이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다음 시간’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임진년 새해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들이 충만함으로 채워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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