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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가슴으로 죽음 이해할 때 삶의 안목 생겨
작성일
2012-04-23 14:58:02
조회수
1718

가슴으로 죽음 이해할 때 삶의 안목 생겨

2012.02.14 10:32 입력능행 스님 jungtoh7@hanmail.net 발행호수 : 1133 호 / 발행일 : 2012-02-15















▲능행 스님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태어나면 죽음이 있거늘 / 그 누가 죽지 않을 수 있겠느냐’ (‘법구유경’)


7년 전, 쑥이 파릇하게 돋아나던 이른 삼월의 어느 날 도반이 찾아왔다. 그는 참 강직하고 반듯해 대나무 향기를 느끼게 했다. 하지만 그날 창백한 얼굴에 억지로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며 불안한 느낌이 스쳐지나갔다. 한참을 서로 바라만보다 도반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말이 되지 않는 이 상황에 대해 말을 해야겠는데 도무지 말문이 열리지 않는다.”


나에게 찾아 올 무렵 그는 이미 3곳의 대학병원을 돌고 난 후였으며 암이 난소에서 복부로 전이돼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약 3개월정도의 생존기간을 예측했다. 그는 출가해 정진한지 15년, 지금까지 겨우 43년을 살아왔을 뿐이었다. 도반은 내가 생각났지만 정토마을에 가면 정말 죽을 것 같아 두려웠다고 했다.


“말이 되질 않아. 어처구니가 없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나보고 죽으라고. 나 아직 그런 것 생각 안 해봤어. 이게 말이 되냐고. 왜! 무엇 때문에!”


도반의 절규가 내안에서 먹구름과 함께 불어대는 태풍처럼 몰아쳤다. 내 삶에서 수시로 마주치는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 이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내 앞에 나타나면 나는 생각이 끊어지고 말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곤 한다. 타인의 죽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죽음 앞에 서게 되는 많은 사람들과 그의 가족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그랬던 것 같다.


“왜 내가 죽어야 합니까.”, “왜 내 가족이 죽어야 합니까”라고 절규할 때마다 눈물로 대답을 대신하는 내가 있을 뿐, 죽음의 연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인연화합으로 생겨난 것은 인연에 의해 존재하다 인연 다하면 흩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알아들을 수 있을까? 그저 죽음이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일 뿐이라고 설명하면 이해할까?
몸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죽음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내는 도반. 죽을 시간만 기다릴 수는 없다며 구녀산을 헤매고 다니던 도반은 어느 날 쑥을 캐기 위해 논둑에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파리한 쑥의 생명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어. 사람 목숨이나 작은 풀 한포기 목숨이나 가치가 똑같아. 나는 어쩌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나 그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고 살았을까?”


도반은 구녀산 숲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차 한 잔과 함께 들려주곤 했다. 또 틈틈이 병실에 올라가 환자들의 마지막을 함께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죽음을 준비 하는 것 같았다.


“왜 죽어야 하는 걸까? 벌써 죽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 걸까?”
“도반님, 내가 만난 죽음은 늘 이유가 없었어. 죽음에는 시절과 이유 그리고 차별 또한 없더란 말이지. 흩어질 인연 오면 그저 다양한 업연대로 흩어지는 것, 그저 그것일 뿐이더라.”


하지만 지금도 내 가슴에는 답답함이 남아있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죽음이라는 현상을 바르게 인식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일까?


도반과 나는 정토마을 위로 쏟아지는 별빛 아래 그네에 앉아 바다에 출렁이는 파도처럼 늘 죽음이 출렁이는 호스피스 현장에서 보고 느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나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다 함께 ‘법성게’를 구성지게 불렀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법의성품 원융하여 두모양이 본래없고?(法性圓融無二相)
모든 법이 부동하여 본래부터 고요하네 (諸法不動本來寂)


“열심히 좌복에 앉아 화두 들고 있으면 중노릇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 했는데”하며 자신의 죽음에 대한 아쉬움을 허허로운 웃음으로 표현하던 도반. 그는 13개월을 더 살고 다음해 벚꽃 흩어질 무렵 몸도 함께 흩어져 버렸다. 차 잎을 꺾어 담아 그가 떠난 빈 몸을 덮어봤지만 그저 그것일 뿐.


“도반님! 죽음에는 이유가 없더라. 생이 있기에 죽음이 있을 뿐. 죽음은 단호하고 절대적이지만 사람들은 그저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어. 인간은 모든 것을 결정할 권리를 가졌지만 죽음에서 살아날 권리는 가지지 못했다는 진실을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 게지.”

 

죽어야할 날을 받아놓고 하루하루 사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심정을 지금 이 순간에도 가슴으로 헤아려 보면 먹먹함이 일어난다. 우리는 모두가 죽어야 할 그 날을 향해 걷고 뛰며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명철하게 아는 얼마나 될까. 삶을 대하는 안목은 죽음을 가슴으로 인식할 때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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