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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행복한 작별 속에 따뜻한 삶 녹아 있다
작성일
2012-04-23 14:59:57
조회수
1718

행복한 작별 속에 따뜻한 삶 녹아 있다

2012.02.28 15:22 입력능행 스님 jungtoh7@hanmail.net 발행호수 : 1135 호 / 발행일 : 2012-02-29

















2월의 끝자락, 창밖에는 눈과 비가 나란히 내린다. 그 모습이 겨울과 봄의 징검다리 같기도 하고 삶과 죽음의 모습 같기도 하다. 며칠 전 나는 도반 아버님의 마지막 여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어느 늦은 시간, 언제나 정토마을과 함께했으며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도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아버님이 임종했으며 스님의 임종기도가 꼭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시골마을 어귀 느티나무 사이로 자리 잡은 집은 소박한 충만이 배어있었다. 작은방, 고즈넉이 내리는 고요 속에서 참으로 맑아 보이는 어르신을 만났다. 중풍으로 3년간 자리에 누워있던 아버님을 2남 1녀 자식들과 아내가 돌봤다고 했다. 돌아가신 분의 얼굴에는 인자함이 흐르고 있었다. 자식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빈 몸에서는 자애가 흘렀다. 오랜만에 보는 편안한 임종의 모습이었다.


7남매 가운데 장남으로 부모님 모시고 형제들은 키우며 한평생 살아온 어르신은 어느 날 중풍으로 쓰러졌다고 한다. 6개월을 병원에 입원했으며 그 이후에는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자식의 간병 속에 약 3년간 투병생활을 이어왔다고 했다. 일평생 삶을 일궈낸 정든 고향집에서 다정한 아내의 간병을 받으며 투병했을 방에는 전자동 침대와 눈높이에 맞는 TV가 단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군불을 지펴 따스함이 올라오는 온돌방에 고요함이 흐르는 가운데 임종기도를 시작했다.


자신의 집에서 가족들의 돌봄으로 평화로운 죽음의 여정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문 것이 오늘날 현실이다. 하지만 그분은 가족의 보살핌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일생을 어질고 선하게 살아왔다는 그분 삶의 향기가 지금 여기에서 피어나고 있는 것일까? 도반의 아버님은 그날 오후 3시경 임종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방에서 자식들과 아내 그리고 손자손녀들과 넉넉히 하룻밤을 더 지내고 다음날 아침 병원 영안실로 떠났다. 집에서 편안히 누워 임종기도를 받았으며 아들들은 목욕물을 데워 몸을 닦았다. 굽어진 다리는 따뜻한 물수건으로 폈으며 생명이 떠난 빈 몸이지만 부드러운 잠옷으로 갈아입혔다.


“아버님 옷 갈아 입혀드리겠습니다.”
“아버님 목욕시켜드리겠습니다.”


이어 자식들은 바다같이 넓고 깊은 은혜를 찬탄하는 노래공양을 올렸다. 당신에게 얼마나 감사하고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절하며 고백하는 시간도 가졌다.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아버님과 작별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이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다운 순간인가? 따스한 온기 오르는 방에서 고운 이불 덮고 편히 누워계시던 그분은 자식들의 마지막 존경과 사랑을 가슴으로 느끼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그 어르신은 다음날 아침, 자식들과 함께 병원 영안실로 떠났다. 호스피스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스님들이 입관 의식을 담당했으며 함께 공부하는 도반들은 관속 아버님을 아름다운 꽃으로 장엄했다. 그리고 그분은 다음날 꽃상여 타고 고향 뒷동산의 한줌 흙으로 그렇게 돌아갔다. 임종기도의식을 진행하는 내 가슴은 너무나 따듯했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 어르신은 과연 어떻게 사셨기에 이렇게 고요하고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아침나절 목욕하고 오후에 낮잠 자듯 그렇게 편안하게 떠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그의 자녀들은 마지막까지 침착하고 자연스럽게 정성을 다할 수 있었을까?


요즘 사람들은 아무리 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도 온전한 작별의 정을 나눌 시간적·정신적 여유를 갖지 못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숨을 거둠과 동시에 영안실로 가야한다. 병원에서 태어나서 병원에서 앓다가 병원에서 죽어 사라지고 마는 것이 우리네 삶의 여정 아닌가. 하지만 우리는 한번쯤은 가족들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맞는 임종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틀에 박힌 형식으로 삶을 마무리해야 한다면 우리가 언젠가는 꼭 마주치게 되는 죽음은 도대체 어떤 의미로 남게 되는 것일까. 떠나는 사람과 남은 가족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임종에 대해 생각해본다.

 

죽음에는 남녀노소는 물론 선후의 차별도 없다. 내가 나의 죽음에 대해 깊이 숙고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나는 어디서 어떻게 이 세상을 마무리하고 떠나가야 하는 걸까.


당신이 살아온 삶처럼 따뜻했던 도반 아버님의 마지막을 기억하며 그분의 극락왕생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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