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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죽음 마주하는 연습 있어야 평화롭게 마감
작성일
2012-04-23 15:03:00
조회수
1559

죽음 마주하는 연습 있어야 평화롭게 마감

2012.03.27 16:25 입력능행 스님 jungtoh7@hanmail.net 발행호수 : 1139 호 / 발행일 : 2012-03-28

















봄비가 하루 종일 부슬거리며 땅을 적시던 날, 공사로 어수선한 마당에서 매화가 맑은 꽃망울 드러내며 향기를 흩뿌린다. 문득, 어머니 배에서 태어나 살아온 날들을 헤아려보니 50년이 넘는다. 그 세월 속에서 고통과 갈등, 번뇌는 쉼 없이 일어나고 사라져왔다. 하지만 언제나 파도처럼 일렁이는 죽음을 인식하고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은 그러한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이 돼주곤 한다.


며칠 전 정토마을 공동체 안에 있는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학생들과 인도 다람살라에 다녀오는 길에 델리 근교 화장터에 들른 적이 있다.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냄새에 속이 울렁거렸다. 화장터에는 죽은 사람의 몸이 몇 개의 나뭇가지 위에서 타고 있었고 그 옆으로 사람들이 시신을 강물에 띄우기 위해 서 있었다. 그 순간 시신의 팔이 밑으로 툭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죽어서 모두 어디로 가는가? 죽음에 있어 빈부의 격차는 어떤 의미일까? 매순간 주어지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왜 행복하지 않을까?’


타다 남은 시신들이 떠내려가는 강변에 서서 이런저런 망상을 하다 돌아서니 눈앞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여기까지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저 혼자 가겠습니다.’


멋진 말이었다. 혼자 씩씩하게 갈 수 있기 위해 평소 죽음과 친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니 몇 년 전 정토마을에 참꽃이 필 무렵 삶을 내려놓고 떠났던 보살님이 떠오른다.


그분은 부산에서 작은 옷가게를 운영했다. 딸 하나를 두고 남편과도 원앙처럼 사이가 좋았던 40대 보살님이었다. 위암 말기 진단을 받은 후 1년 간은 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렵다는 것을 알고 정토마을에 입소해 마지막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남편은 가게를 접고 늘 아내의 그림자처럼 함께 했다. 옷 입혀주기, 산책하기, 죽 끓여주기, 책 읽어주기 등으로 하루를 보냈다. 가끔은 사람들에게 맡기고 쉬라고 해도 거사님은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온갖 야채를 썰고 있던 거사님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장사하며 바쁘게 사느라고 아내와 여행 한번 못해봤어요. 너무 미안하고 아쉬워요. 스님, 아내가 이렇게 죽고 나면 다시는 못 만나는 것 맞죠? 가장 힘든 것이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게 너무 힘들어요.”
거사님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 그러면서도 아내를 위로하며 4개월 투병생활을 함께 했다. 날이 갈수록 말라가는 아내에게 옷을 입힐 때마다 손이 떨린다며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하지만 거사님은 그렇게 눈물을 흘리다가도 아내 곁에 가면 금세 행복해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떠나기 5일전, 보살님은 남편에게 양해를 구했다.
“저 마당 참꽃이 지기 전에 가면 안 될까? 당신 우리 계획했던 황토집 짓고 착한 아내 다시 만나 살면 어떨까? 나도 내 인생이 있으니 어서 갔다 다시 돌아와 건강한 몸으로 살고 싶은데, 어때 당신은? 당신에게 많이 미안하지만.”


가만히 듣던 남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괜찮아. 때때로 보고 싶고 그리울 것 같지만 당신이 간다면 보내줘야지. 하지만 당신 떠나고 나면 나도 어느 날 떠나게 되겠지. 당신은 내가 있어 좋겠지만 나는 어쩌지. 그래, 그러니까 좋은 아내를 다시 얻어야겠지.”


나와 보살님 그리고 거사님은 한참동안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오전, 아내는 목욕하고 남편에게 기대 평화롭게 육신의 옷을 벗었다.


보살님 부부를 보며 이별에 대한 연습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죽음에 대한 준비가 두려움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보살님은 관세음보살을 염하는 것을 생활화했으며 다음 생을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 관세음보살이 자신을 정토로 인도할 것이라는 믿음이 견고했고 좋은 남편 만나 작은 가게지만 서로 온전히 사랑했기 때문에 보살님의 삶은 마지막까지 충만하고 평온했다.

 

그래서인지 떠나는 모습 또한 평화로워보였다. 마지막 순간을 지극한 충만 속에서 맞이하기 위해서는 죽음에서 달아날 것이 아니라 마주하고 그것을 준비하고 연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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