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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간절히 자제병원 건립 유언 남긴 스님
작성일
2012-05-17 10:37:22
조회수
1581

간절히 자제병원 건립 유언 남긴 스님

2012.04.24 15:48 입력능행 스님 jungtoh7@hanmail.net 발행호수 : 1143 호 / 발행일 : 2012-04-25

















봄 햇살 가득한 정토마을 뜰에 앉아 지난 기억들을 회상해보니 가슴 시리게 불러보고 싶은 스님이 있다.


“스님, 저 능행입니다. 이제 정말 병원이 지어지려나 봅니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좀 늦어졌네요. 내생에서라도 돕겠다는 약속 꼭 지키셔야 합니다.”


1997년 여름, 평소 친분이 있던 의사선생님에게 연락을 받았다. 폐암 말기로 곧 임종을 해야 하는 환자가 있는데 스님인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덥수룩한 머리와 긴 손톱, 땀으로 찌든 환자복에서 나는 지독한 냄새까지,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주한 환자의 모습은 처참함 그 자체였다. 스님은 당시 오십대 중반으로 기침이 멈추지 않아 찾아간 병원에서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입원 중이었다. 처음 몇 달간은 도반스님들이 돌봐줬지만 여름안거로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병이 악화됐으며 일반병동에서 호스피스병동으로 옮겼다고 했다.


“중노릇 30년에 공부한다고 시은만 태산같이 받다보니 중생들에게 해준 것이 없어 너무 미안했어요. 이왕 죽을 것인데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또 어떻겠습니까.”


싫다는 스님을 애써 설득해 목욕하고 삭발해 옷 갈아입히니 그렇게 맑고 깨끗할 수 없었다. 그동안 스님을 보살피던 의사와 봉사자들도 모두 놀라워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임종하기 4일 전 아침, 스님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내 손을 꼭 잡으며 깊고 푸른 눈으로 말했다.


“지금 나처럼 죽음 앞에 서 있는 순간은 그 무엇보다 사랑과 관심이 가장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평소 조용하고 단조롭게 사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 인과인지 내 죽음의 여정에서 아무도 찾을 수 없어 쓸쓸하네요. 스님. 병원 하나 지어주세요. 불사도 잘하면 수행이 되고 나같이 죽어가는 사람 곁에서 죽음을 돌보는 것도 수행이 될 수 있어요. 불자들 마지막을 돌봐주는 병원 꼭 짓겠다고 약속해야 내가 마음 편히 눈감고 갑니다.”


스님은 생의 마지막 3일, 그 힘든 상황에서도 병원건립을 간절히 부탁했다. 나는 자신이 없었다. 의료인이 아닌데다가 무엇보다 가진 것 하나 없는 상황에서 병원을 짓는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스님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다음 생에 의사가 되고 다시 출가해 스님이 만든 병원에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위해 일할게요. 그러니 그동안 병원을 꼭 지어서 사람들이 부처님 품안에서 편안히 떠나갈 수 있도록 해줘요. 내가 하늘에서도 도와주고 다시 태어나면 스님 병원 가서 도와줄게요.”


스님의 간곡한 부탁에 병원 건립을 약속했다. 그 순간, 두렵고 막막했지만 점점 호흡이 흩어져가는 스님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마음 깊이 다짐했다. 스님은 병원 건립을 약속받자 세 시간을 못 채우고 세상을 떠났다.


여름 장맛비가 장대같이 쏟아지던 날 스님이 정진하던 선원 근처에 뼈를 뿌리며 지금의 정토마을을 준비할 마음을 냈다. 가진 것 하나 없었지만 용기를 내 전국 사찰을 돌며 탁발을 했다. 그 결과 1999년 충북 청원군에 부지를 마련해 60평 조립식 건물에 15병상을 만들 수 있었고 2000년 봄 개원식을 가졌다. 불교계 최초의 호스피스 요양센터 정토마을의 출발이었다.


개원 첫해 정토마을에서 삶을 마감한 환자가 130명이 넘었다. 병상이 부족해 기다리다 죽는 분도 많아지고 벽이 얇아 밤이면 앓는 소리가 서로의 귀에 들리는 등 이런저런 불편함이 컸다. 그래서 스님의 유언대로 이제는 제대로 된 병원을 지어 환자의 마지막 삶의 질을 높이고 존엄성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서원을 더욱 굳혔다. 2002년에 자제병원 건립을 위한 탁발을 시작했으며 2007년 언양 석남사 근교에 부지를 마련할 수 있었다. 2008년부터 자제병원 건립을 위한 모금을 펼쳤으며 2011년 5월, 건축비의 20%를 준비해 기공식을 진행했다. 그리고 올해 4월1일 상량법회를 봉행했다. 지금은 내년 3월에 있을 개원식을 바라보면서 모금탁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불자 모두가 자신의 병원을 짓는 것처럼 함께 해줘서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곧 모습을 드러낼 자제병원에 흐뭇해하셨을 스님이 그립다.

 

“스님, 보고 계시는지요. 스님과의 인연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부디 아름다운 자비의 연꽃으로 이 세상에 다시 오소서.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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